채식은 단지 식탁 위의 선택을 넘어 삶의 방식이 되어간다. 그 중에서도 내가 먹을 것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고, 요리해 먹는 자급자족의 경험은 채식 실천에 있어 더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나에게 그런 삶의 리듬을 만들어준 건 바로 함안에 있는 아버지의 주말 농장이다. 도시에서 평일을 보내고, 주말이면 밭일을 하러 함안으로 내려가는 생활은 나에게 채식을 더 가까이에서 체감하게 만든 소중한 루틴이다.아버지는 꽤 오랫동안 주말마다 직접 땅을 일구며 농사를 지어오셨고, 나는 그 옆에서 호미를 들고 상추를 뜯거나 두릅을 따고, 가끔은 옥수수를 심기도 하며 조금씩 함께 해오고 있다. 이 작은 밭에는 봄이면 두릅과 머위가, 여름엔 오이와 가지, 수박이 자라고, 가을에는 고추와 매실, 애호박이 풍성히 열리고 겨울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