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주말 농장 채소로 만든 나만의 채식 레시피: 도시+자급자족 라이프

llyn1815 2025. 7. 15. 17:51

채식은 단지 식탁 위의 선택을 넘어 삶의 방식이 되어간다. 그 중에서도 내가 먹을 것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고, 요리해 먹는 자급자족의 경험은 채식 실천에 있어 더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나에게 그런 삶의 리듬을 만들어준 건 바로 함안에 있는 아버지의 주말 농장이다. 도시에서 평일을 보내고, 주말이면 밭일을 하러 함안으로 내려가는 생활은 나에게 채식을 더 가까이에서 체감하게 만든 소중한 루틴이다.

아버지는 꽤 오랫동안 주말마다 직접 땅을 일구며 농사를 지어오셨고, 나는 그 옆에서 호미를 들고 상추를 뜯거나 두릅을 따고, 가끔은 옥수수를 심기도 하며 조금씩 함께 해오고 있다. 이 작은 밭에는 봄이면 두릅과 머위가, 여름엔 오이와 가지, 수박이 자라고, 가을에는 고추와 매실, 애호박이 풍성히 열리고 겨울엔 저장된 양파와 옥수수가 요리의 중심이 된다. 이렇게 계절마다 다르게 수확되는 작물들이 곧 우리 집 채식 밥상의 기본이 된다.

이런 주말 농장의 경험은 단지 '신선한 채소'를 얻게 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땅의 냄새를 맡고, 땀 흘려 얻은 작물을 손질하면서 자연스레 식재료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지고, 무심코 먹었던 반찬 하나에도 ‘이 작물이 자라던 날씨와 흙의 질감’까지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채식은 단순한 '요리의 선택'이 아니라 삶 전체의 감각을 바꾸는 방식으로 확장되어 간다.

주말 농장 채소로 만든 채식 레시피

 

채식 식재료의 의미: 밭에서 바로 오는 신선함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사는 채소는 포장지 안에 갇혀 익명성을 띠지만, 주말 농장에서의 채소는 얼굴과 이름이 있는 작물들이다. 애호박 한 개에도 ‘어제 아버지가 수확한 것’이라는 기억이 있고, 옥수수 한 자루에도 ‘친구와 함께 줄기를 베며 웃던 장면’이 있다. 이런 작물로 차린 밥상은 비건이든 아니든, 먹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함안 밭에서 나는 작물들은 채식 레시피에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예를 들어 초여름엔 애호박과 가지가 제철이다. 애호박은 단순한 볶음에도 깊은 단맛이 살아 있고, 가지는 굽기만 해도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풍미로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여름 중반에는 상추와 오이, 고추가 풍성하게 자라 샐러드나 쌈채소로 쓰이는데, 방금 따온 상추에 고소한 두부무침 하나만 올려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가을엔 수확한 매실로 직접 담근 매실청을 요리에 활용하게 된다. 조미료 없이 자연의 산미와 단맛이 어우러진 매실청은 간장 조림이나 나물무침에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겨울엔 바싹 말려 보관한 머위잎이나 묵은 양파로 국물요리를 만들거나, 볶음 반찬을 할 수 있다. 직접 기른 재료는 가공되지 않아 인공적인 감미료 없이도 깊고 순한 맛이 살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험 속에서 나는 ‘채식은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게 됐다. 어려운 게 아니라, 단지 접해본 적 없는 방식일 뿐이었다. 내가 그 식재료를 알게 되면서부터는 오히려 채식이 더 쉽고, 더 진심이 느껴지는 식단이 되었다. 주말 농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변화였고, 지금도 매 계절마다 그 감동은 갱신되고 있다.

 

나만의 채식 레시피) 함안 애호박 들깨볶음

첫 번째로 소개할 채식 반찬은 아버지 밭에서 수확한 애호박을 활용한 들깨볶음이다. 애호박은 길쭉하게 반달 모양으로 썬 다음, 약간의 소금에 절여 물기를 빼주고, 마른 팬에 들기름을 두른 뒤 중불에서 볶아준다. 여기에 다진 마늘 약간과 들깨가루를 듬뿍 넣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채소반찬이 완성된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리면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어떤 밥과도 잘 어울린다.

이 반찬은 기름 없이 데쳐서 무쳐도 좋지만, 들기름 특유의 깊은 향과 들깨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면 채소가 가진 순한 맛이 더 두드러지게 살아난다. 시중에서 파는 애호박보다 밭에서 갓 수확한 애호박은 식감이 단단하면서도 단맛이 강하고, 조리 시 물이 덜 나와 반찬이 쉽게 흐물거리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속이 편안해지고 기운이 도는 느낌이 있다.

이 요리는 한 번 만들어 두면 냉장고에서 2~3일 보관해도 맛이 유지되기 때문에 도시 생활 중에도 간편하게 먹기 좋다. 또 채식 반찬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도 실패 확률이 낮고, 맛의 만족도도 높아 자신감을 얻기에 딱 좋은 메뉴다. 무엇보다 이 요리는 ‘내가 수확한 채소로 만든 요리’라는 점에서 정서적 만족감도 배가되는 특별한 한 끼가 된다.

 

나만의 채식 레시피) 머위밥과 가지된장구이로 완성하는 한 끼

두 번째 레시피는 함안 밭에서 초봄에 수확한 머위를 말려 두었다가 만드는 머위밥이다. 말린 머위를 물에 불려 데친 후, 들기름에 살짝 볶고, 간장과 조청으로 간을 해 밥 위에 얹는다. 밥은 흑미나 보리쌀을 섞어 지으면 더 건강하고 구수한 풍미가 난다. 머위는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데, 이 쌉싸름함이 오히려 입맛을 돋우고 씹을수록 고소한 감칠맛이 더해진다. 머위밥은 특히 겨울철 입맛이 떨어질 때 유용하고, 반찬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든든하다.

세 번째 요리는 여름철 주력 작물인 가지를 이용한 된장구이다. 가지를 길게 썰어 소금을 살짝 뿌려 수분을 제거한 뒤, 팬에 살짝 굽는다. 된장, 조청, 참기름, 다진 마늘을 섞은 양념장을 바르고 다시 한번 양면을 노릇하게 구우면 완성. 불향이 배어들면서도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가득하다. 이 가지된장구이는 도시락 반찬으로도 좋고, 상추쌈과 함께 먹으면 채소만으로도 꽤 푸짐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리 모두 ‘손이 많이 갈 것 같다’는 편견과 달리 생각보다 간단하고, 채소 본연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구조다. 무엇보다 내가 심고 가꾼 작물로 만든 요리는 그 자체로 이야기이자 기쁨이 된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내 삶의 일부가 담긴 요리이기에 매번 식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나만의 채식 레시피)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 옥수수두유수프

한여름 밭에서 직접 딴 옥수수는 달콤함이 각별하다. 이 옥수수를 활용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은 옥수수두유수프를 만들어볼 수 있다. 삶은 옥수수 알갱이를 긁어내어 믹서기에 넣고, 무가당 두유와 삶은 감자 약간을 함께 넣어 곱게 간다. 여기에 소금 한 꼬집과 올리브오일을 넣어 따뜻하게 데우면 완성된다. 버터나 크림 없이도 충분히 고소하고 부드러운 수프가 완성되며, 위에 올리브유 몇 방울을 뿌리면 고급스러운 향까지 더해진다.

이 수프는 속이 부담스럽지 않고, 한 끼로도 든든한 채식 식사다. 무엇보다 옥수수 본연의 단맛이 강조되어 아이들도 잘 먹고, 냉장보관 후 다시 데워 먹기에도 좋아 활용도가 높다. 함안 밭에서 아버지가 키운 옥수수의 풍성한 맛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어 매년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만의 채식 레시피) 매실청으로 만든 감칠맛 고추된장무침

가을철 함안 밭에서 나는 고추는 크기가 크고 색이 선명하며, 고추 본연의 향이 강하다. 이 고추를 활용해 만든 된장무침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한다. 고추는 큼직하게 어슷 썰고, 된장 한 큰술에 매실청 반 큰술, 참기름, 깨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완성된다. 고추가 너무 맵다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무쳐도 좋다.

이 반찬은 다른 반찬 없이 밥 한 숟갈에 얹어 먹기에도 좋고, 입맛 없을 때 매실의 은은한 단맛이 자극적이지 않게 입맛을 돋운다. 매실청은 직접 담가 숙성된 것을 사용하면 감칠맛이 훨씬 풍부하며, 상온에서도 보관이 가능해 항상 채식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재료다. 무엇보다 이 된장무침은 조미료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깊은 맛이 살아 있어, 비건 레시피의 본질이 ‘재료 그 자체의 맛을 살리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그렇게 밭을 일구고, 직접 거둬들인 작물로 요리한 채식 반찬을 한입 넣는 순간, 나는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장에서 무심코 담아온 채소가 아니라, 흙 묻은 손으로 아버지와 함께 캔 양파, 뜨거운 햇살 아래서 땀 흘리며 수확한 오이, 잘 여문 가지 하나에 담긴 시간과 정성이 밥상 위에 함께 놓인다. 이 채소들은 더 이상 재료가 아니라, 내 삶의 조각이다. 텃밭을 가꾸며 보내는 주말이 반복될수록 나는 자연스럽게 계절의 흐름을 읽게 되고, 먹을거리에 대한 욕심보다는 감사함을 먼저 배우게 된다. 자급자족의 기쁨은 어느 순간 채식이라는 선택을 더 따뜻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소소한 실천들이 모여, 내 삶의 리듬이 조금 더 건강하게, 단단하게, 자연스럽게 정돈되는 것을 느낀다. 밥 한 끼를 짓는 일이 누군가에겐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밭에서 시작된 온전한 나와의 연결이다. 도시에서의 복잡한 삶 속에서도, 그 밭을 떠올리면 마음 한켠이 고요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채소를 다듬고, 밥을 짓고, 그 안에 계절과 가족, 흙의 온기를 담는다. 그것이 내가 채식을 이어가는 이유이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