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채식 후 생긴 피부 변화 – 여드름이 사라졌다?

llyn1815 2025. 7. 4. 13:00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얼굴에 끊이지 않는 여드름을 달고 살았다. 약국에서 파는 연고부터 시작해서,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항생제, 여드름 전문 화장품까지 안 써본 게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써도 효과는 잠깐, 다시 올라오는 염증성 여드름과 피지는 나의 일상이었다. 사춘기가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30대가 된 지금도 피부는 늘 붉고 울퉁불퉁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채식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피부와 음식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동물성 지방, 유제품, 육류가 피부염증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나를 흔들었다. '설마 먹는 음식이 피부에까지 영향을 줄까?' 이 질문은 단순한 의심으로 시작됐지만, 결국 "한 번 해보자"는 실험정신으로 이어졌다. 나는 4주간 유제품과 고기를 끊고, 식물성 위주의 식단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 4주 동안 내가 겪은 피부 변화, 특히 여드름 개선에 집중한 진짜 경험 기록이다. 피부는 예민하고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가 직접 체험한 사례임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나처럼 오랜 시간 여드름으로 고민했던 사람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채식 시작 전, 나의 피부 상태는 어땠나

내 피부는 혼합성에 가까웠고, T존은 늘 번들거렸으며 볼과 턱 라인에는 늘 염증성 여드름이 있었다. 특히 생리 전후에는 턱 주변에 딱딱한 여드름이 연달아 생겼고, 이마에도 좁쌀 형태의 뾰루지가 자주 올라왔다. 그리고 얼굴뿐만 아니라 두피나 몸도 자주 가렵고 피부가 좋지 못했다. 특히 손등이나 손가락이 자주 가려워 긁다가 수포와 피딱지도 생기고 또 그걸 긁으며 피딱지가 생기고 뜯기를 반복했었다. 피부과에서 진단받은 결과는 '지속적 피지분비 +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성인여드름과 이유 모를 소양증'이었다. 나는 평소 우유를 좋아해서 매일 마셨고, 유제품 먹기를 끊이지 않았다. 아침엔 치즈를 넣은 토스트, 점심과 저녁엔 고기반찬, 간식으로는 요거트나 우유가 기본이었고, 주말엔 외식으로 곱창, 막창, 삼겹살이나 치킨 같은 육류를 자주 먹었다. 그리고 피부 상태는 늘 비슷했다. 항생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면 잠깐 진정되지만, 효과는 잠시뿐.. 연고나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또 다시 붉은 여드름이 올라왔다. 그렇다고 평생 약을 복용하거나 연고를 바르고 살 수는 없지않은가.. 거기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피부과 약을 독해서 몸에 좋지 않다. 그렇게 화장품을 아무리 바꿔도 소용이 없다는 좌절감이 쌓이던 중, 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바꿔보자고 결심했다. '피부 겉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안에서부터 체질을 바꿔보면 어떨까?' 그렇게 나는 채식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채식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끊은 건 우유였다. 유제품은 염증을 유발하고,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 성분이 피부 트러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접한 뒤, 나는 젖소에게서 얻는 일반적인 흰우유 대신 귀리우유와 두유로 바꿨다. 고기는 일절 끊었고, 대신 병아리콩, 두부, 아보카도, 통곡물 등으로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했다. 식단을 바꾸고 3일 차부터, 나는 피부에 조금씩 미세한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4주간의 채식, 피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1주차 – 여드름이 더 올라왔다??

채식을 시작하고 4-5일쯤 되자, 오히려 여드름이 더 올라오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 이마와 턱 주변에 새로 생긴 뾰루지들이 작게 돋아났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검색해보니 이런 현상을 ‘독소 배출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몸속 노폐물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피부 트러블이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많았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식단을 유지하며 충분히 수분을 섭취했다.

 

2주차 – 붉은기와 염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주차부터 확실히 붉은기와 부기, 화농성 여드름이 줄기 시작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부가 덜 기름지고, 거울 속 얼굴이 훨씬 맑아 보였다. 기존 여드름 자국의 붉은기도 완화되었고, 새로운 트러블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이 시기에 유산균, 비타민B 복합제, 아연을 함께 복용했는데, 채식과 보조 영양소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주차 – 턱 주변 여드름 거의 사라짐

가장 큰 변화는 생리 전에도 여드름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라면 생리 1~2일 전부터 턱 아래와 목선에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여드름이 생기곤 했는데, 이번에는 단 하나의 여드름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이게 진짜 채식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단 외에 달라진 생활습관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변화의 주된 원인을 음식으로 보게 되었다.

 

4주차 – 화장 안 해도 괜찮은 피부

한 달이 지났을 때, 나는 거울 앞에서 스스로 놀랐다. 피부결이 매끄러워졌고, 모공이 줄어들었으며, 여드름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 전체가 붉고 요철이 드러났지만, 이제는 BB크림조차 바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피부가 정돈된 느낌이었다. 톤업이 되는 썬크림만 살짝 발라도 피부가 깔끔해보이고, 외출용 얼굴이 되었다. 친구들도 “피부 좋아졌다”, “화장품 바꿨어?”라고 물어왔고, 피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점차 사라졌다.

 

채식 후 생긴 피부 변화

채식은 피부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이 실험을 통해 확실히 느꼈다. 먹는 음식이 피부에 영향을 준다는 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체감한 분명한 변화였다. 특히 나처럼 수년간 염증성 여드름, 붉은기, 피부 열감, 호르몬성 트러블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외용 제품보다 ‘내가 먹는 것’이 더 본질적인 해답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내가 채식을 시작하면서 처음 느낀 건, 단순히 피부 상태가 나아졌다는 만족감 그 이상이었다. 음식을 의식적으로 고르고, 내 몸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그 과정 자체가 나를 회복시켰다. 그 전까지 나는 늘 “왜 나만 이렇게 피부가 안 좋을까”, “화장품이 또 안 맞는 건가”라며 나 자신을 탓했다. 그러나 채식을 통해 내가 나를 돌볼 수 있다는 감각을 얻자, 그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다. 피부가 좋아진 건 보너스였고, 내 몸과 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된 것이 진짜 변화였다. 먹는 것이 곧 나를 구성한다는 말은, 어느 날 갑자기 실감이 났다. 장에 좋은 음식을 넣었을 때 내 기분이 좋아지고, 깨끗한 식사를 한 날은 얼굴빛도 달라졌다. 몸은 늘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무시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한 달의 실험이 끝난 뒤, 나는 단순히 “피부가 나아졌다”는 만족감보다 “이제는 내 삶을 내가 직접 선택하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매번 외식 메뉴에 끌려다니던 내가, 마트에서 채소 하나 고를 때조차 주도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내 피부를 바꾸고, 결국 나를 바꿔놓았다. 물론 나는 지금도 완벽한 비건은 아니다. 친구들과의 외식에서 고기를 먹기도 하고, 때때로 크림 파스타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식단의 80% 이상은 여전히 채식 위주로 유지하고 있고, 피부 상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더 이상은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독한 피부과 약을 먹지 않아도 되고, 여드름 자국을 가리기 위해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단순한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나의 삶의 질 그 자체가 달라졌다는 증거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끊이지 않는 여드름이나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고 있다면 오늘 하루, 단 한 끼라도 바꿔보기를 권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채식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맞는 음식이 뭘까?’, ‘내 몸이 원하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나는 이제 거울 앞에서 피부를 보며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선택한 식단, 내가 만든 변화에 대해 조용히 자부심을 느낀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그리고 좋아했던 육식을 참고 견뎌내고 보면 내가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단지 피부뿐만 아니라 내 삶 전체를 견디게 해준다. 피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는지를 그 얇은 피부는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때로는 피부가, 우리가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