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채식을 결심하게 된 이유
나는 고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잡식성 직장인이었다. 고기를 사랑했고, 회식 자리에서는 거뜬히 삼겹살 3인분으로 시작했다. 우리집 냉장고, 냉동고에는 늘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그리고 해산물들도)이 가득차 있었고, 주말에는 치킨과 피자가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건강검진 결과에서 ‘경계성 고지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식단 개선을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식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을 돌아보며 나의 좋지못한 식습관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고기를 줄이자는 생각을 넘어, ‘채식은 내 몸에 어떤 변화를 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고기를 완전히 끊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살아보기로. 이 도전은 단순히 음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느낌, 점심 이후의 집중력, 저녁의 소화 상태까지 내 하루 전반이 바뀌었다. 고기 없는 식단은 나에게 몸의 반응뿐 아니라 감정의 흐름까지 관찰할 수 있는 실험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경험한 일주일간의 채식 도전기와 몸·마음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해보려고 한다.
채식을 시작하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의 반응들
1일차, 채식의 첫날은 심리적으로 가볍고 약간 들떠 있었다. 아침은 귀리우유와 시리얼, 점심은 병아리콩 샐러드, 저녁은 두부야채볶음을 먹었다. 배가 덜 부른 느낌이 있었지만, 속이 편안하고 가볍다는 느낌이 더 컸다. 평소 고기 섭취 후의 더부룩함이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안정됐다.
2일차, 채소와 두부 위주의 식단이 이어졌고, 이 날은 약간의 소화불량이 생겼다. 특히 생채소를 많이 먹어서인지 장이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이 때는 물 섭취량을 늘리고, 양배추나 삶은 야채 위주로 식단을 바꿨다. 몸이 적응하는 초기 반응이라는 생각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채식이 더 힘든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살짝 스쳤다.
3일차, 놀랍게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몸이 무겁지 않고, 일어날 때 두통이나 피로감도 줄어든 느낌이었다. 점심 식사 후 졸음이 확실히 줄었고, 오후 업무 집중력이 증가했다. 이 변화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저녁에는 고구마와 브로콜리, 아몬드 등을 조합해 간단히 먹었고, 포만감이 의외로 오래 유지됐다.
4일차, 배변활동이 매우 원활해졌다. 평소엔 이틀에 한 번씩 배변을 했는데, 이날은 아침과 저녁 두 번 모두 배변을 경험했다. 섬유질 섭취량이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였다. 몸의 붓기도 약간 빠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몸이 채식 식단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5일차, 이 시점부터는 살짝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오후 4시쯤 되면 혈당이 떨어지는 듯한 무력감이 있었고, 약간의 현기증도 있었다. 이 때는 비건 단백질바와 견과류, 바나나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균형 있는 조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6일차, 몸은 다시 안정화되었다. 기운도 회복됐고, 얼굴의 트러블이 줄고 피부 톤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은 아보카도와 렌틸콩으로 구성한 샐러드를 먹었고, ‘고기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식으로는 삶은 고구마와 말린 무화과를 선택했는데,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자연의 단맛이 주는 만족감이 컸다.
7일차, 마지막 날 아침은 몸이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체중은 정확히 1.8kg이 감소했고, 복부 팽만감도 사라졌다. 배가 끊임없이 가볍고, 잠을 자는 질도 좋아졌다. 수면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피로감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채식이 가져다준 감정의 변화와 정신적인 흔들림
채식 식단은 몸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다. 하루 세 끼를 새롭게 구성하고, 외식을 제한하며 스스로를 통제하다 보니 감정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초반에는 '음식 선택'의 자유가 줄었다는 스트레스가 컸다. 내가 평소에 음식에서 받았던 위로가 얼마나 컸는지를 이때 절실히 느꼈다. 육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내게는 '기분전환의 도구'였던 셈이다. 특히 3일차 저녁, 친구들과 숯불구이 식당을 지나갈 때 느꼈던 갈등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음속에서는 '그냥 오늘 하루만 먹을까?'라는 유혹이 강하게 올라왔다. 그러나 그 순간, ‘이 경험을 끝까지 해봐야 진짜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지탱했다. 채식을 하면서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때마다 "내가 지금 이 음식을 왜 먹는지", "이 선택이 진짜 나에게 좋은지"를 묻게 됐다. 그 질문은 단순한 식단을 넘어서 내 삶의 패턴과 감정 소비 방식을 되돌아보게 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채식 후 감정 기복이 줄었다는 느낌이다. 평소엔 식사 후 당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기분이 들떴다가, 오후엔 다시 가라앉는 패턴이 반복됐는데, 채식 이후에는 이 변화가 훨씬 완만해졌다. 특히 과일, 견과류, 고구마 등 자연 탄수화물을 기반으로 한 식단은 감정을 더 일정하게 유지하게 해주었다. 자기 통제가 가능해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고, 새벽에 일어나 요리를 준비하고, 외식 대신 도시락을 준비하는 이 작은 노력들이 내 삶을 ‘관리 가능한 것’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감정적으로도 안정됐고, 무기력감이 줄었다.
일주일 채식이 내게 남긴 것들
일주일 동안 고기를 끊고 채식을 했던 이 짧은 도전은 단순한 식단 실험을 넘어서,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단지 건강을 위해, 혹은 다이어트를 위해 해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내가 그동안 너무 무의식적으로 살았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니라, 나와 나 자신 사이의 소통 창구라는 걸 알게 됐다. 매 끼니를 고민하면서 ‘이건 내 몸에 맞을까?’, ‘이 재료는 어디서 온 걸까?’, ‘나는 왜 이걸 먹고 싶어하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됐고, 그 물음은 어느새 나의 하루를 훨씬 더 의식적이고 섬세하게 만들어줬다. 음식 하나 바꿨을 뿐인데, 생각과 감정, 선택의 방식까지 달라진 것이다. 채식을 하면서 겪은 감정의 변화 중 하나는 고독감이었다. 함께 식사하던 친구들은 여전히 삼겹살을 먹었고, 직장 점심시간엔 어쩔 수 없이 따로 먹어야 하는 날도 있었다. 누군가는 “왜 갑자기 이상한 걸 하냐”는 반응을 보였고, 또 어떤 사람은 “이해는 가지만 나는 못 할 것 같아”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오히려 내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줬다. "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나를 위해 이걸 하고 있으니까." 이 생각을 마음속에 새기며 조금 더 단단해졌다. 채식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보물은 ‘삶을 단순화하는 힘’이었다. 음식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건 오히려 매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무엇을 먹을지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몸이 불편하거나 무거운 날이 줄어드니 하루하루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신뢰감도 생겼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어떤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 이건 단순히 식단을 조절하는 문제를 넘어서, 나라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는 감정으로 이어졌다. 물론 나는 지금 완벽한 비건은 아니다. 여전히 가끔 고기를 먹는다. 하지만 이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먹지 않는다. 식재료의 출처, 생산 과정, 그리고 내가 그것을 왜 먹는지를 의식하면서 먹는 습관이 생겼다. 이 작은 변화가 누적되면서 나의 몸은 물론, 생각과 행동,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까지 조금씩 긍정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도 해볼까?" 고민 중이라면, 일주일만 실천해보길 권하고 싶다. 완벽한 채식인이 되겠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단 하루, 단 한 끼만이라도 나의 식탁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면, 생각보다 더 깊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고기 없는 일주일 덕분에 내 몸을 조금 더 아끼게 되었고, 내 감정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루게 되었으며, 나 자신을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바꾸려는 것은 식단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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