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된 인간관계의 깊이
나는 한때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식사는 단지 생존을 위한 행위일 뿐이다. 누가 뭘 먹든 상관없고, 그것이 내 인간관계나 삶의 질과 무슨 상관이 있겠어?" 그런데 이 단순한 믿음은 식단을 바꾸면서 완전히 흔들렸다. 내가 채식 기반 식단을 선택하고, 가공식품을 줄이며, 스스로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느낀 가장 놀라운 변화는 몸 상태가 좋아진 것보다도, 인간관계에서의 미묘한 변화였다. 처음 채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단순한 트렌드나 흥미 때문이 아니었다. 어느 날 아침, 건강검진 결과에서 ‘경계성 고지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식단 개선을 조심스럽게 권유했다.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순간 멍해졌다. 아직 약을 먹을 단계는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식단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평소 먹던 것들을 하나씩 점검하게 되었다. 처음엔 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점차 가공식품과 동물성 식품을 피하게 되었고, 채식 기반 식단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건 단지 ‘무엇을 먹느냐’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태도였다. 식단 변화는 흔히 체중 감량, 체력 향상, 피부 개선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런 실용적인 이유로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식단이 바뀌고 난 뒤,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그 어떤 다이어트 효과보다도 강력했던 변화였다.
우리는 종종 먹는 것과 인간관계를 별개의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루 세 끼를 함께하는 가족, 친구들과의 외식 자리, 회식과 점심시간까지. 우리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거의 대부분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그 ‘음식의 선택’은 종종 우리의 대화, 분위기, 가치관까지 반영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다. 우리는 종종 먹는 것과 인간관계를 별개의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루 세 끼를 함께하는 가족, 친구들과의 외식 자리, 회식과 점심시간까지. 우리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거의 대부분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그 ‘음식의 선택’은 종종 우리의 대화, 분위기, 가치관까지 반영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다. 식습관은 개인적인 취향인 동시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종의 ‘비언어적 언어’다. 내가 어떤 음식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영양소 섭취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지향하고 어떤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 점을 채식을 하면서 처음으로 뚜렷하게 느끼게 됐다.
채식 이후 멀어진 사람들과의 거리, 그 낯선 감정
내가 처음으로 식단을 바꾸겠다고 결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응원’보다는 ‘의문’을 먼저 던졌다. “고기 안 먹고 어떻게 살아?”, “또 며칠 하다 말 거지?”, “외식할 때 힘들 텐데 괜찮아?” 같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들의 말이 악의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낯설어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부딪힌 건 ‘회식 문화’였다. 고기 중심의 메뉴가 대부분인 회식 자리에서, 나는 채소 몇 점만 집어 먹거나, 술을 거절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눈치 본다”, “같이 안 먹으니 서운하다”, “어디 아픈 거냐”는 질문을 받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한 친구는 매번 이런 말을 던지곤 했다. “야, 이건 그냥 한 입 먹는 거잖아. 그 정도도 못 먹어?” 나는 겉으로는 웃으며 넘겼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꾸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왜 설명해야 하지?’, ‘왜 내 기준이 이해받지 못하는 거지?’라는 질문들이 마음 한 구석을 계속 찔렀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던 관계가 나의 선택 하나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심지어 친했던 친구 중 몇 명은 어느 순간부터 연락 빈도가 줄어들었다. 우리가 늘 함께 가던 음식점, 즐겨 먹던 야식 메뉴가 더 이상 나에게 어울리지 않게 되면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점점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음식이 달라졌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같이 먹지 않는 사람'이 아닌, '같이 못 노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시기는 꽤 외로웠다. 건강해지고 싶다는 내 작은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상했고, 나는 점점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내 식습관을 숨기기도 했다. 식단 변화는 분명 나에게 긍정적인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 소중한 관계가 멀어지는 듯한 경험은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채식이 나를 더 깊이 연결시켜준 새로운 사람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를 낯설어하던 사람들도 점점 이해하려 노력했고, 몇몇 친구들은 “요즘 뭐 먹고 살아?”, “네가 추천한 메뉴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는 말을 건네왔다. 식단을 바꾼 것은 결국 내가 단순히 ‘먹는 것’을 바꾼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것이었고, 그게 일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전혀 새로운 인간관계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채식 모임에 참가하게 되면서 같은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의 대화는 음식뿐 아니라 삶의 태도, 철학, 환경, 건강, 자기관리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되었다. 함께 요리를 하거나 식당을 공유하는 경험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친밀감을 형성했다. 이런 관계들은 음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더 깊은 가치관의 교집합이 있었기에 더욱 강력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나는 식단을 바꾸면서 내 자신과의 관계도 완전히 달라졌다.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음식 하나에도 책임감과 의도가 생기면서, 삶 전반에 걸쳐 자기결정권이 커졌고, 그로 인해 나는 인간관계에서도 더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예전엔 맞추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선택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식단을 바꾸면서 내 자신과의 관계도 완전히 달라졌다.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음식 하나에도 책임감과 의도가 생기면서, 삶 전반에 걸쳐 자기결정권이 커졌고, 그로 인해 나는 인간관계에서도 더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예전엔 맞추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선택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채식은 타인에게 설명해야 하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오히려 타인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각자의 식탁에는 각자의 배경, 가치, 감정이 숨어 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더이상 ‘이해받아야겠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그저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었다. 그 변화는 관계에서도 진짜 깊은 연결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채식은 선택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식단을 바꾼 건 단지 건강해지고 싶어서였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나와 사람들,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단은 단순한 선택 같지만, 사람을 드러내는 가장 일상적인 언어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고르고, 무엇을 거절하며, 어떤 식사 자리를 소중히 여기는지는 곧 자기 표현이며, 인간관계의 방식이 된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식습관을 바꾸고 싶지만, “주변 눈치가 보여서” 혹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을까봐”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그 고민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실제로 겪어봐야만 아는 복잡한 감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 삶을 위해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지다. 식단을 바꾼다는 건, 그 자체로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행위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더 강력하게 당신을 성장시킬 것이다. 처음엔 멀어지는 관계도 있겠지만, 결국 당신을 더 이해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와 더 가까워진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식탁 위에 앉아 있나요? 혹시 남들이 좋아하는 메뉴에 당신의 기준을 맞추고 있지는 않나요? 단 하루만이라도, 스스로를 위한 식사를 준비해보세요. 고기가 없어도 괜찮고, 자극적인 맛이 아니어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느냐'보다, 왜 그렇게 먹느냐입니다. 오늘, 당신의 식단이 당신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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