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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도시락으로 버틴 한 달, 진짜 먹었던 음식 리스트

llyn1815 2025. 7. 7. 08:40

한 달동안 먹었던 채식 도시락 리스트

매일 먹는 도시락, 채식으로 채우기까지의 여정

채식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부딪힌 현실은 ‘도시락’이었다. 회사 점심은 대부분 고기 중심이고, 외식 메뉴에서 채식 옵션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직접 도시락을 싸는 방식으로 채식을 유지하기로. 문제는 요리 경험도 부족하고, 매일 식사를 준비할 에너지가 넉넉하지도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바쁜 아침, 한 끼를 채식으로 준비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현실적인 기준으로 시작했다. '조리 시간이 짧을 것, 최소한의 재료로 구성할 것, 반복 가능한 패턴을 만들 것, 회사에서도 전자레인지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이 기준에 맞춰 채소, 두부, 통곡물, 간단한 나물, 시판 반찬 등을 활용해 실제로 내가 한 달 동안 먹었던 도시락을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이 글은 그 한 달간 진짜 먹었던 도시락 리스트를 정리한 것이다. 어떻게 구성했고, 어떤 메뉴가 반복됐으며, 힘들었던 점과 효과적이었던 팁까지 함께 공유한다. 혹시 당신도 회사나 학교에서 채식 도시락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리스트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침 10분 준비, 현실적으로 반복 가능한 채식 도시락 구조

한 달 동안 도시락을 싸며 가장 먼저 배운 건 ‘복잡하면 지속되지 않는다’는 진리였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저녁에 채소를 미리 손질하고, 두부를 굽거나 조림해두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그 덕분에 평일 아침 도시락 준비는 10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기본 도시락 구성 3패턴

밥 + 단백질 + 채소 구성
현미밥 + 두부조림 + 데친 브로콜리 + 김무침
고구마 + 구운 가지 + 병아리콩 샐러드

귀리밥 + 렌틸커리 + 양배추볶음

 

샐러드 도시락 구성
로메인 + 토마토 + 두부구이 + 병아리콩 + 발사믹
오이 + 구운 단호박 + 렌틸콩 + 아보카도 + 바질 드레싱

 

한 그릇 도시락 구성
채식 김밥 (당근, 시금치, 오이, 우엉, 두부구이)
비건 주먹밥 + 미역무침 + 두부부침
두유 국수 (소면 + 들깨 + 김가루)

 

이렇게 구성하면, 재료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도 메뉴가 질리지 않고 순환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식중독이나 보관 문제를 줄일 수 있는 구조였다. 전자레인지 없이 먹는 날도 많았기 때문에 국물 없는 조림이나 구이 형태의 반찬을 우선으로 선택했고, 날것 채소는 드레싱을 분리하거나 소금·오일로 미리 가볍게 절여서 물 빠짐을 줄였다. 예를 들어, 구운 가지는 식용유에 바삭하게 구운 뒤 식힌 상태로 용기에 담고, 두부는 에어프라이어나 팬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만든 다음 마늘간장소스에 10분 정도 재워서 도시락에 넣었다. 이렇게 ‘보관에 강하고, 맛은 유지되는 반찬’을 중심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매일 아침 정해진 루틴만 반복하면 도시락이 빠르게 완성됐다. 또, 단백질이 부족한 날을 대비해서 삶은 병아리콩이나 냉동 렌틸콩을 항상 보관했고, 토핑처럼 뿌려서 간편하게 영양 균형을 맞췄다.

자주 쓴 재료 리스트는

단백질: 두부, 유부, 병아리콩, 렌틸콩, 퀴노아, 유사 단백질 (콩고기, 비건텐더 등)

탄수화물: 현미, 고구마, 귀리, 통밀빵

채소: 브로콜리, 당근, 양배추, 가지, 단호박, 오이, 시금치

양념/소스: 간장, 들기름, 고추장 (비건), 된장, 바질페스토, 비건마요, 발사믹.

도시락에서 중요한 건 ‘양념’이었고, 그게 단조로움을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두부는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로 바뀌기 때문에, 마늘간장조림, 고추장볶음, 카레구이 등으로 다양화했다.

 

실제로 먹었던 채식 도시락 4주 차 기록 요약

1주차: 적응기 – 조합 실험 & 간단 구성

Day1: 고구마 + 구운 두부 + 데친 브로콜리 + 간장

Day2: 귀리밥 + 된장나물 + 병아리콩무침

Day3: 현미밥 + 두부부침 + 무생채 + 김

Day4: 비건김밥 (당근, 오이, 시금치, 두부)

Day5: 샐러드 (양상추, 토마토, 렌틸콩) + 바나나

=> 교훈: 재료 손질이 너무 많으면 지치기 쉽다. ‘반복 가능한 구조’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2주차: 루틴화 – 구성 안정화 & 간식 추가

Day1: 고구마 + 버섯볶음 + 시금치나물

Day2: 귀리밥 + 두부간장조림 + 무나물

Day3: 통밀빵 + 비건 마요 + 아보카도 + 병아리콩

Day4: 샐러드볼 + 유자드레싱 + 렌틸콩

Day5: 도시락김 + 퀴노아밥 + 들깨무침 + 두부조림

=> 교훈: 식사 외에도 견과류, 바나나, 말린무화과 같은 간식을 챙기니 포만감이 오래갔다.

 

특히 2주차부터는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반찬 리스트’를 따로 메모해두었고, 매주 일요일 저녁에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조리 없이 섭취 가능한 반찬을 미리 준비했다. 가장 자주 만들었던 건 다음과 같았다.

들깨 무나물: 들기름과 소금, 들깨가루로 볶아 3일 보관 가능

두부 간장조림: 두부를 팬에 굽고, 간장+물엿+다진 마늘 소스에 졸임

구운 단호박: 슬라이스 후 오븐에 20분 구워 보관

김무침: 조미김 부셔서 참기름+간장에 버무려 바로 먹기

이렇게 3~4가지 반찬을 매주 반복 구성하면서 매일 새 메뉴가 아니어도 부담 없이 도시락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3주차부터는 외식일과 도시락일을 명확히 나누는 게 아니라, 혼합형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외식하는 날엔 도시락을 아예 포기하는 게 아니라 현미 주먹밥만 싸가고, 식당에선 된장국이나 나물만 곁들이는 방식으로 자기 식단을 ‘조율’하는 방식을 익혔다. 이 전략은 ‘도시락이냐 외식이냐’의 이분법적 선택에서 벗어나게 해줬고, 오히려 채식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3주차: 외식 병행 – 유연한 구성 필요

Day1: 외식(비빔밥, 계란 제외)

Day2: 병아리콩샐러드 + 단호박 + 고구마

Day3: 현미밥 + 된장찌개(육수만 섭취) + 시금치

Day4: 두부부침 + 채소볶음 + 오이무침

Day5: 바나나 + 두유 + 오트밀컵

=> 교훈: 외식이 있는 날엔 아예 도시락을 포기하지 말고 보완식처럼 활용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4주차: 심플 루틴 정착 – 단순화, 반복

Day1: 고구마 + 두부구이 + 깻잎무침

Day2: 귀리밥 + 비건불고기 + 김무침

Day3: 샐러드 (오이+시금치+콩) + 과일

Day4: 주먹밥 + 두부된장국 (보온병 활용)

Day5: 구운 가지 + 병아리콩 + 바나나

=> 교훈: 구조가 정리되면, 오히려 도시락이 외식보다 편하고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도시락으로 실현한 채식, 무리하지 않고 오래 가는 방식

한 달 동안 도시락을 싸며 채식을 실천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식사에 대한 태도’였다. 처음에는 단지 고기를 줄이고 식물성 식단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도시락은 내 하루의 흐름을 잡아주는 하나의 루틴이자 생활을 정돈하는 작은 중심이 되어 있었다. 매일 아침 10분, 내가 직접 재료를 골라 도시락을 구성하고, 점심시간에 조용히 내 식판을 꺼내 먹는 그 과정은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위한 작은 실천이었다. 식사를 준비한다는 건 결국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기도 했다.

 

놀라운 건 이 도시락 습관이 몸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적인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흐트러졌던 생활 리듬이 조금씩 정돈되었고, 무심코 지나쳤던 간식이나 야식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예상보다 식비도 절약됐다. 외식을 줄이니 한 달 평균 20~30%가량의 비용이 줄었고, 사 먹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군것질이나 충동적인 식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도시락은 그렇게 채식의 부담을 줄여주고, 일상을 조금씩 바꿔준 힘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완전한 비건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락이라는 틀 안에서 식물성 식사 중심의 루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그게 오히려 무리 없이 채식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 되어주고 있다.

 

혹시 당신도 회사에서 매번 메뉴 앞에서 고민하거나, 채식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한 끼 도시락에서 시작해보기를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거창하게 바꾸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재료 몇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당신만의 균형 잡힌 도시락이 완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시락은 단지 몸을 위한 식사가 아니라, 삶을 스스로 조절하고 회복시키는 일상 속의 조용한 루틴이 될 수 있다. 시작은 작고 느릴지 몰라도, 그 변화는 분명히 누적된다. 나처럼, 당신도 분명히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