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육식주의자였던 내가 채식을 결심한 이유

llyn1815 2025. 7. 6. 13:00

육식주의자였던 내가 채식을 결심했다.

 

지금은 채식을 하지만 나는 진짜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치킨은 일주일에 두세 번, 삼겹살은 회식뿐만 아니라 혼자서도 자주 구워 먹었고, 햄버거나 소시지, 베이컨이 없으면 아침이 허전하다고 느꼈다. 육류가 들어간 음식은 늘 더 맛있게 느껴졌고, 한 끼라도 고기가 빠지면 제대로 된 식사를 안 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의 냉장고는 항상 고기로 가득했고, 마트에서는 습관처럼 정육코너부터 들렀다. “고기는 단백질이고 힘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깔려 있었다. 샐러드를 먹을 때조차도, 나는 꼭 닭가슴살이나 삶은 달걀을 얹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채식을 결심하게 되었다. 단순한 유행이나 도전이 아니었다. 이건 내 몸에서 시작된 변화였고, 내 삶의 리듬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였다. “왜?”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왜 채식을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돌아보며 글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 글은 육식에 익숙했던 내가 채식으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들, 그리고 그 사이의 솔직한 심리와 몸의 반응, 생각의 변화를 담고 있다. 혹시 나처럼 고기를 좋아하면서도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그 시작점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채식을 하기 전, 육식 중심 식단이 준 편안함과 그 이면의 불편함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무조건 과하게 먹었던 건 아니다. 처음엔 단순히 “고기가 맛있어서”, “든든해서” 먹었다. 아침엔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 점심엔 돈까스나 제육덮밥, 저녁엔 삼겹살, 족발, 닭갈비 같은 메뉴가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반복됐다. 특히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고기는 ‘쉽고 빠른 포만감’을 주는 식재료였다. 조리도 간편하고, 식당에서도 메뉴 선택이 수월했고, ‘단백질 섭취는 충분히 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도 가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늘 피로감이 몰려왔다. 배는 부른데 속은 무겁고, 자주 더부룩하거나 트림이 많아졌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거나 배변이 들쑥날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증상들이 고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스트레스, 야근, 운동 부족 때문이라 여겼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육류 섭취와 소화기계 부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그 영상에서는 육류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시간, 가공육의 염분과 보존료,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목조목 짚어줬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난 고기 먹고도 괜찮은데?”라는 방어적인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영상이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삼겹살을 먹고 난 뒤, 익숙했던 더부룩함과 묵직한 속이 다시 찾아왔을 때 문득 ‘혹시 이게 고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식사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무엇을 먹었고, 먹고 나서 몸이 어땠는지를 간단히 기록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고기를 많이 먹은 날엔 항상 졸음, 트림, 변비가 동반되었고, 샐러드나 채소 위주 식사를 한 날엔 몸이 가볍고 소화도 잘됐다. 그제서야 나는 고기가 내게 꼭 필요한 음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채식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들

육식이 몸에 부담을 준다는 걸 점차 인지하던 중, 나는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건강검진을 받게 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검진 결과지에는 ‘경계성 고지혈증(Borderline Hyperlipidemia)’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수치가 약간 높다는 거겠지” 하고 넘기려 했는데, 주치의 선생님은 결과지를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조심스럽게 식단 개선을 권유하셨다. 총콜레스테롤 수치와 LDL 수치가 경계선에 걸려 있고, 현재처럼 기름진 식단이나 육류 중심의 식사를 유지할 경우 수개월 내에 고지혈증 진단이나 혈압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지금껏 너무 무심하게 식단을 대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고기 때문은 아니었지만, 고기와 가공육 중심의 식생활이 내 몸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채식’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고기를 끊는 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일단 일주일 중 3끼만이라도 고기 없이 먹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채식 시도는 점점 더 큰 변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도를 시작하면서 나는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뭘 먹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두부를 구워 간장 양념에 버무리고, 퀴노아 샐러드를 만들고, 렌틸콩으로 커리를 끓이면서 새로운 재료의 맛을 익히는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고기를 뺀 식단을 먹고 난 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 달랐다. 소화가 빠르고 배가 덜 무거웠다. 식사 후 집중력이 유지되었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늘면서 배변 활동이 원활해졌다. 하루 물 섭취량이 늘었고, 간식에 대한 욕구도 줄었다. 특히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은 단순히 물리적인 상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더 차분하고 가벼운 감각을 남겼다.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채식 식단 비중을 늘려보기로 했다. 회사에는 도시락을 싸 가고, 외식 메뉴도 ‘고기 없는 옵션’을 먼저 찾게 되었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설명을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을 익히자 내 선택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도 점차 생겨났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채식은 나와 맞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은 ‘채식은 나에게 맞을 수도 있어’라는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육식주의자가 아니었다.

 

채식은 의지가 아니라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원래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지금도 고기의 풍미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채식을 결심하게 된 건 어떤 윤리적 신념 때문도, 유행 때문도 아니었다. 내 몸이 보내는 경고를 더는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계성 고지혈증’이라는 단어가 적힌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았을 때, 그게 그냥 수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삶의 방식이 쌓인 결과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주치의 선 생님께서 조심스럽게 식단 개선을 권했고, 그날 이후 나는 고기를 ‘좋아해서 무조건 먹는 음식’에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재정의하게 되었다.

 

식단을 바꾸는 건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지만, 내 몸의 반응은 의외로 빨랐다. 식사 후 졸음이 줄고, 소화가 수월해졌으며, 변비와  트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도 하루에 느끼는 몸의 무게감 자체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내가 먹는 음식에 책임을 지게 되었다.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일이 단지 맛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의 반응을 고려하고 앞으로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일이 되었다.

 

이렇게 채식을 실천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진짜 고기 생각 안 나?”, “완전 채식 아니면 의미 없는 거 아냐?”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하루 한 끼라도 식물성 식사로 바꿔보고, 그때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해보는 것,그걸 반복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작이라고. 내가 그랬다. 내가 처음부터 의지가 강해서 채식을 결심한 게 아니라, 몸이 나에게 사인을 줬고, 나는 그 신호에 조금씩 귀 기울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작은 반응을 믿고, 조금씩 식단을 바꾸면서 나는 ‘육식 중심의 삶’에서 ‘내 몸과 감정이 원하는 방향으로 식습관을 설계하는 삶’으로 옮겨왔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건강검진 결과가 마음에 걸리거나, 식사 후 늘 더부룩함에 시달리고 있거나, “요즘 왜 이렇게 쉽게 피곤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그냥 스쳐 지나갈 일이 아닐 수 있다. 꼭 완전한 비건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좋다. 채식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고, 생각보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나는 그 가능성을, 고기를 줄이기 시작한 첫 끼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첫 끼가 나를 얼마나 다른 삶으로 이끌고 있는지 매일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