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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의 제주 여행기: 진짜 비건 음식점만 100% 다녀온 후기

llyn1815 2025. 7. 14. 07:47

제주도는 푸른 바다와 바람, 유기농 밭과 로컬 재료가 살아 숨 쉬는 섬이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라면 완전한 비건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일상에서는 늘 외식 메뉴 앞에서 고민하거나 ‘그나마 나은 선택’을 해야 했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100% 내 기준에 맞는 식당만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고기, 해산물, 유제품, 계란 등 동물성 식재료를 철저히 배제하고, 채식 인증 혹은 완전 비건을 표방한 곳만 직접 발로 다니며 기록한 여행기다.

여행 첫날은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카페 901에서 시작했다. 공항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이곳은 브런치, 디저트, 음료까지 모두 비건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엇보다 공간 자체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플랜트 인테리어와 조용한 명상 공간, 따뜻한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가 좌석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하나의 휴식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곳에서 오트밀크 라떼 한 잔과 아보카도 곡물 샐러드, 버섯 두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간결하지만 영양이 균형 잡힌 구성 덕분에, 몸도 마음도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이곳 메뉴에는 어떤 첨가물도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노력이 담겨 있었다. 곁들여 나온 두유 수프 한 그릇은 의외로 깊은 감칠맛이 있었고,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풍요로운 식사가 되었다. 이렇게 진짜 채식 음식점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나의 철학이 존중받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첫 경험이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 크게 만들었다. 제주에서 채식은 불가능이 아니라, 단지 ‘방식의 전환’일 뿐이라는 것을 이 첫 끼로부터 배우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제주를 100% 채식 여행지로 보았던 건 아니다.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해산물 중심의 음식 문화와 관광지 특유의 일회성 메뉴들이 대부분인 제주에서, 과연 내 기준을 지키며 여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 걱정이 나의 여행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직접 알아보고, 확인하고, 선택한 공간에서 식사한다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삶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작은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시간 속에서조차 내 철학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은 내 삶이 어느새 그 방향으로 안정되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 첫날 브런치 한 끼가 그렇게 뿌듯하게 다가올 줄 몰랐다. 나는 그 순간, 이 여행이 단순히 제주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여정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채식주의자의 제주 비건 음식점 다녀온 100% 후기

 

채식 제주에서 만난 비건 식당 100% 실제 방문 후기

여행 이틀째 아침, 나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작은 부엌’을 찾았다. 이곳은 제주 비건 지도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식당인데, 직접 다녀와 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작은 돌담을 끼고 들어가는 길부터 정갈한 정원, 나무로 짜인 현판까지 공간 전체가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작은 부엌’이라는 이름처럼 식당은 아담했고, 하루에 단 두 팀만 받는 예약제로 운영되어 매우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였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들꽃현미비빔밥수제 현미떡볶이. 음식이 나오는 동안에도 사장님은 한 접시 한 접시 정성스럽게 설명해 주셨다. “이건 유기농 오이와 직접 절인 오가피 잎이 올라간 거예요. 여기는 고추장도 시판 제품이 아니라 3개월 숙성한 저희 집 장으로 만들었어요.”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 먹는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한 편의 철학 수업 같았다. 특히 들꽃비빔밥은 계절 채소의 향과 맛이 하나하나 또렷하게 살아 있었고, 무심한 듯 놓인 먹잇감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조율된 느낌이었다. 처음엔 단출해 보였지만, 다 먹고 나니 속은 든든하고 기분은 묘하게 차분해졌다. 그곳에 있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음식을 아껴 먹는다’는 감정을 다시 떠올렸다.

점심을 마치고 향한 곳은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푸른솔 맑은향’이라는 한식 채식당이었다. 이곳은 인터넷 후기에서 “속이 편안해지는 집밥 같은 채식”이라고들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았다. 내부는 소박하고 조용했으며, 메뉴는 연잎밥, 들깨수제비, 표고버섯탕수육, 콩고기보쌈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나는 들깨수제비와 표고버섯탕수육을 주문했다. 수제비는 채수로만 우려낸 국물에 들깨가 고소하게 어우러졌고, 수제비 면은 도톰하고 쫄깃했다. 먹는 내내 속이 편안했고, 재료가 좋다는 게 한 입 한 입마다 느껴졌다. 표고버섯탕수육은 채식이라 맛이 심심할까 걱정했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일반 탕수육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소스는 인공적인 단맛이 없고 은은한 감귤 풍미가 배어 있어 제주만의 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집은 오신채 없이도 풍미를 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곳이었다. 사장님께 완전 비건식 요청이 가능하냐고 여쭸더니, “콩햄이나 유정란이 들어간 음식은 제외하고 조리해 드릴게요”라는 친절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식당이 단지 음식만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채식주의자의 여행을 함께 존중해 주는 동행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곳을 다녀온 후, 내 마음은 한결 더 안정되고 여행에 대한 몰입도도 커졌다. 낯선 공간에서 내 신념과 맞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걸 넘어 하나의 확신을 만들어주는 일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제주라는 섬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 삶의 방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음식 하나가 그렇게 사람을 바꾸고, 하루를 바꾸고, 결국은 여행의 의미까지 확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경험이 말해주었다.

 

채식 제주 여행의 실전 팁: 계획과 실행 사이에서 배운 것들

비건 여행이라고 해서 무작정 시작할 수는 없다. 특히 제주처럼 차량 이동이 기본인 섬에서는 사전 정보 없이 비건 식당을 찾기 어렵다. 나는 출발 전에 포털 지도에서 ‘비건’, ‘채식’ 키워드를 입력해 위치를 확인했고, 인스타그램에서 #제주채식, #제주비건해시태그를 검색해 실제 방문자들의 후기를 꼼꼼히 살폈다. 특히 블로그, 유튜브 후기보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최신 사진과 설명이 신뢰도 높고 가장 실시간 정보에 가까웠다. 이후에는 지도 앱을 통해 비건 식당들의 위치를 저장하고, 일정에 맞춰 이동 동선을 짰다. 이렇게 준비하는 데 꽤 공을 들였지만, 결과적으로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높여주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제주도 내 비건 식당은 대부분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거나 브레이크 타임이 긴 편이라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식당은 오후 2시 30분 이후 문을 닫고 저녁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그래서 여행 내내 이른 점심을 먹고, 간단한 간식이나 샐러드를 준비해 저녁은 숙소에서 해결하는 날도 있었다. 만약 렌터카가 아니라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도 있어, 식당의 위치와 교통편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 하나, 채식이라고 적혀 있는 메뉴가 ‘완전 비건’이 아닐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카페에서는 ‘비건 샌드위치’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달걀 마요네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제주 내에서 ‘완전 비건’을 명확히 밝히고 실천하는 식당은 많지 않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후기나 실제 인증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식당에 사전 문의를 하고, 메뉴판 사진을 확인한 뒤 예약까지 진행했다. 채식 여행은 준비의 정성과 세심함이 곧 만족도로 이어진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채식을 단순한 식습관이 아닌,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 번은 점심을 건너뛰게 된 적도 있었다. 사전 조사 없이 들른 식당에서 ‘비건 메뉴 있다’는 말을 듣고 앉았지만, 실제로는 유제품과 참치액이 들어간 요리뿐이었다. 설명을 들은 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고, 근처 편의점에서 바나나와 곡물바로 한 끼를 때웠다. 그날 이후, 나는 ‘비건 가능’이라는 말보다는 ‘비건 인증’ 혹은 실사용자 후기를 중시하게 되었다. 그 시행착오 덕분에 여행 후반부에는 점점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아침은 숙소에서 직접 챙긴 곡물과 견과류로 간단히, 점심은 인증된 비건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저녁은 간단한 카페식 비건 요리나 샐러드로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루틴은 여행의 안정감을 높여줬고, 더 이상 배고픔이나 불안감 없이 제주를 누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채식이 만든 제주 여행의 새로운 시선

제주는 참 이상한 섬이다. 갈 때마다 새로운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은 늘 나의 습관을 흔든다. 이번엔 채식이라는 선택이 그 중심에 있었다. 육류나 해산물 없이도 충분히 감동적인 한 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채식을 실천하면서 느낀 제주 여행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서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먹는 것과 환경, 지역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 말이다. 제주에서 만난 비건 식당들의 공통점은 ‘진심’이었다. 작은 공간, 간결한 메뉴,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맛과 따뜻한 태도. 그것들이 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여행을 통해 얻은 건 단순한 포만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가능성이었다. 언제든 또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채식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 당신이 아직 제주에서의 채식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지도를 열고 첫 비건 한 끼를 계획해 보자. 새로운 여행은 늘 사소한 식사 한 끼에서 시작된다.

돌이켜보면, 이 여행은 내게 채식에 대한 확신을 다시금 심어준 시간이었다. 평소에도 채식을 지켜왔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외식 때 타협하는 일도 많았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곤 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그런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불편함 속에서 내가 진짜로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더 명확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단순히 채식 메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답게 사는 법’을 되묻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제는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 그 선택의 기준이 더 확실해졌다. 내가 무엇을 먹고, 어디에 돈을 쓰며,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행위는 곧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반영이라는 걸 제주에서의 채식 여행이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비건이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